감각의 과학(Sensory Science)/후각12 후각 수용체는 어떻게 개별 향기를 구별할까?― 감각의 과학에서 풀어보는 향기의 분류와 뇌의 해석 메커니즘 1. 인간의 후각 시스템: 단순하지만 정교한 구조후각은 인간의 감각 중에서 가장 오래된 진화적 유산으로, 매우 기본적인 형태의 정보 처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단순한 구조는 놀랍도록 정교하게 작동한다. 사람의 코안에는 약 4~5cm² 크기의 후각 상피(olfactory epithelium)가 존재하며, 이 부위에는 약 4억 개의 후각 수용체 뉴런이 밀집되어 있다. 각 후각 수용체 뉴런은 특정한 단백질 수용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 수용체들은 각각 특정한 분자 구조나 화학적 특성을 지닌 향기 분자에 반응한다. 예를 들어, 레몬 향을 구성하는 리모넨(limonene) 분자는 특정한 모양과 전하 분포를 가지며, 이에 정확히 맞는 수용체에 결합함으로써 '레몬'이라는 감각이 시작된다. 놀라운 점은, 인.. 2025. 6. 15. 향기 선호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후각은 감정과 기억을 어떻게 향기로 엮어내는가 1. 향기 자극은 감각 중 가장 먼저 감정과 연결된다사람은 향기를 맡는 순간, 그것이 좋고 나쁨을 거의 즉각적으로 판단한다. 이는 시각이나 청각보다 훨씬 빠르며, 그 반응은 종종 이유조차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직관적이다. 그 이유는 후각 자극이 후각 수용체에서 곧바로 대뇌변연계(limbic system)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영역은 감정(편도체)과 기억(해마)을 담당하는 부위로, 향기는 분석이나 인지보다 감정적 반응을 먼저 유도하는 감각 경로를 갖는다. 즉, 향기는 뇌에서 ‘판단’되기 이전에 이미 ‘느껴진다’. 이런 신경 회로의 구조 덕분에 향기는 감정을 강하게 일으키고, 그 감정이 기억과 연결되며, 특정 향기에 대한 선호도가 형성되는 토대가 마련된다. 우리가 어떤 향을 맡았을 때 즉시 호감 혹은 불.. 2025. 6. 12. 나쁜 냄새에도 빠져드는 이유― 불쾌한 냄새가 뇌를 사로잡는 과학적 이유 1. 후각은 감정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감각이다인간의 오감 중에서 후각은 가장 직접적으로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감각이다. 시각이나 청각과 달리, 냄새는 대뇌변연계(limbic system)로 곧바로 전달되며, 그 안에서도 특히 기억과 감정 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해마에 즉각적으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냄새는 논리적 분석보다 먼저 감정적으로 좋다 또는 싫다는 반응을 유도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싫다’고 느껴지는 냄새라도, 감정적으로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불쾌한 냄새는 단순한 혐오 자극이 아니라, 의식에 강하게 각인되고,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감정적 자극이 될 수 있다. 이는 후각 자극이 인간의 생존 본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며, ‘위험하다’는 신호로써 뇌에 각인되는.. 2025. 6. 9. 후각과 공포 반응의 연결 고리― 냄새는 어떻게 본능을 자극해 두려움을 만든다 1. 후각은 감정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감각이다인간의 다섯 감각 중 후각은 뇌의 감정 중추와 가장 가까이 연결된 감각이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등 다른 감각들은 대부분 시상(thalamus)을 거쳐 대뇌 피질로 전달되지만, 후각은 시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대뇌변연계(limbic system)로 연결된다. 특히 감정 처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편도체(amygdala)와 기억 형성에 중요한 해마(hippocampus)에 곧장 신호가 전달되기 때문에, 후각 자극은 감정 반응을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유발한다. 어떤 냄새를 맡았을 때 기분이 갑자기 나빠지거나, 특별한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경험은 후각의 신경 경로가 뇌의 감정 처리 회로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공포 반응도 이와 같은 연결 .. 2025. 6. 2. 왜 어떤 냄새는 혐오를 유발할까?― 코로 느낀 감각이 뇌를 강하게 거부하게 만드는 이유 1. 후각은 본능적인 경고 감각이다인간의 오감 중에서도 후각은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감각이다. 코로 들어온 냄새는 공기 중의 미세한 화학 분자를 통해 전달되며, 후각 수용체를 자극하고 전기 신호로 전환되어 후각구(olfactory bulb)를 거쳐 곧장 뇌의 변연계(limbic system)로 전달된다. 흥미로운 점은 후각 신호가 다른 감각들처럼 시상을 거치지 않고, 곧장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편도체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이 구조는 냄새가 감정과 결합된 기억을 빠르고 강하게 형성한다는 특징을 가지게 만든다. 특히 부패한 음식, 화학적 오염, 체액, 썩은 고기 등에서 나는 고유한 냄새는 대부분 혐오 반응(disgust reaction)을 유발한다. 이는 뇌가 해당 자극을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 2025. 5. 26. 뇌는 냄새를 어떻게 저장할까?― 향기는 왜 우리 기억 속에서 그렇게 오래 남는가? 1. 후각은 감각의 가장 오래된 경로다: 직접적이고 본능적인 회로냄새는 인간의 오감 중 가장 오래된 감각 체계이며, 생물학적으로도 가장 원시적인 감각 경로에 속한다. 우리가 어떤 냄새를 맡을 때, 그것은 코안 쪽의 후각 상피에 있는 수많은 수용체들이 반응하면서 시작된다. 이 후각 수용체들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수천 가지 휘발성 화학 분자를 감지하며, 각각의 수용체는 특정한 분자 구조에 반응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후각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다른 감각—예를 들어 시각이나 청각은 시상이라는 중계 지점을 거쳐 대뇌 피질로 전달되지만, 후각 정보는 시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대뇌변연계로 연결된다. 즉, 냄새는 우리가 느끼는 감각 중 유일하게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즉각적으로 도달하.. 2025. 5. 20.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