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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과학(Sensory Science)/미각10

감정 상태가 맛 인식에 영향을 주는 방식― 기분은 어떻게 같은 맛을 다르게 만들까? 1. 맛은 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재구성된다사람은 맛을 혀로 느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맛은 뇌에서 감각과 기억, 감정 정보를 종합하여 만들어낸 인식의 결과물이다. 혀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같은 기본적인 자극을 감지할 수 있을 뿐이며, 이 자극이 맛있다거나 불쾌하다는 감정적 판단은 전적으로 뇌가 해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편도체와 시상하부, 전전두엽과 같은 뇌 영역은 감정 처리와 관련된 기능을 담당하면서, 감각 정보에 ‘정서적 태그’를 붙이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혀에서 감지된 동일한 단맛도 우울할 때와 기분이 좋을 때는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며, 이는 맛 그 자체가 바뀐 것이 아니라, 그 맛에 대한 뇌의 해석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 2025. 6. 10.
스트레스와 미각 둔화의 관계― 감정은 어떻게 혀끝의 감각을 바꾸는가? 1. 스트레스를 받으면 미각이 변하는 이유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많은 사람들이 입맛이 사라졌다고 느낀다. 음식이 평소처럼 달지 않거나 짜지 않고, 심지어는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현상은 단지 심리적인 느낌이 아니라, 실제 미각 기능이 둔화된 상태다. 미각은 단순히 혀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아니라, 뇌와 연결된 복합적인 감각 체계를 통해 작동한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신경계와 호르몬계가 함께 작동하며, 맛을 감지하는 과정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활성화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은 코르티솔을 비롯한 다양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되며, 이 물질들이 미각 수용체의 민감도를 낮추고 뇌의 감각 해석 능력을 떨어뜨린다. 즉, 스트레스는 미각의 민감도를 줄이고.. 2025. 6. 4.
사람마다 맛 취향이 다른 이유― 감각과 기억, 그리고 유전이 만든 맛의 지도 1. 유전자와 감각 수용체의 차이가 맛의 차이를 만든다맛의 취향 차이는 먼저 신체적 감각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사람마다 혀에 분포된 미각 수용체의 밀도나 민감도, 특정 맛 분자에 대한 유전적 반응 차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쓴맛에 대한 민감도다. 일부 사람들은 특정 쓴맛 분자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거의 감지하지 못한다. 이는 TAS2R38이라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 유전자가 특정한 방식으로 변이 되어 있는 사람은 브로콜리, 자몽, 커피 같은 음식이 유독 쓰게 느껴져서 싫어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쓴맛 수용체가 덜 민감한 사람은 쓴맛 속의 감칠맛이나 풍미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또 단맛에 민감한 유전자 조합이 있는 사람은 설탕의 농도에 따라 훨씬 더 강하.. 2025. 5. 29.
단짠단짠 조합이 사랑받는 과학적 이유― 혀에서 끝나지 않는 감각의 시너지 1. 단맛과 짠맛은 서로를 강화한다: 감각의 상호작용단맛과 짠맛은 미각 수용체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감지되지만, 이 두 감각은 서로를 억제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는 독특한 관계를 형성한다. 단맛은 주로 설탕, 포도당, 과당 등의 당류를 통해 느껴지며, T1R2와 T1R3라는 수용체 조합을 통해 감지된다. 짠맛은 나트륨 이온(Na⁺)이 혀의 이온 채널을 자극할 때 발생하며, 이는 전기적 신호로 바뀌어 뇌에 전달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맛이 함께 등장할 때, 각각의 자극이 감각적 대조 효과(contrast effect)를 통해 더욱 강하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맛이 단독으로 있을 때보다, 약간의 짠맛이 함께 있을 때 더 깊고 진하게 느껴진다. 이는 미각 시스템이 단일 자극보다 복합 자극을 .. 2025. 5. 22.
후각이 미각에 영향을 주는 이유― 맛은 혀가 아니라, 코와 뇌가 함께 만들어낸다 1. 서론: 입으로 먹지만, 코로 느끼는 ‘맛’우리는 보통 “맛을 본다”라고 말할 때, 혀에 의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혀가 아닌 코와 뇌의 협업이 ‘맛’이라는 감각의 대부분을 만들어낸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이라는 다섯 가지 기본 맛은 혀의 미뢰를 통해 감지된다. 하지만 이런 기본 맛만으로는 양파와 사과, 치즈와 감자, 커피와 초콜릿을 구분할 수 없다.진짜 차이를 만드는 건 바로 향기, 즉 후각이다. 우리는 특정 음식의 풍미를 느낄 때, 그 안에 담긴 복합적인 냄새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며, 그 향기를 통해 “이건 김치다”, “이건 된장국이다”라고 인식하게 된다. 코가 막혀서 후각이 약화되면, 음식의 모든 맛이 흐려지고 입맛이 뚝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 2025. 5. 17.
음식의 색상이 미각에 영향을 주는가?― 시각과 미각의 교차점에서 맛을 다시 보다 1. 서론: 우리는 입이 아니라 눈으로 먼저 먹는다“먹는 건 눈으로 시작한다.”이 말은 단순한 미식가의 감상이 아니다. 실제로 인간은 음식을 접할 때, 가장 먼저 시각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인다. 음식의 색상은 그 음식의 신선도, 풍미, 맛의 강도, 온도에 대한 선입견을 형성하며, 이러한 정보는 뇌에서 미각 경험을 예측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딸기 아이스크림이 하얀색이라면 과연 똑같이 달고 시원하게 느껴질까? 노란색 레몬주스가 파란색이라면 정말 상큼할까? 색상이 실제 맛의 성분을 바꾸지는 않지만, 사람의 미각과 인지 작용에는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이 글에서는 음식의 색상이 어떻게 사람의 미각과 감각 경험에 영향을 주는지를 뇌과학과 심리학, 실험 연구 사례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또한 색과 맛.. 2025.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