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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과학(Sensory Science)/미각11

음식의 색상이 미각에 영향을 주는가?― 시각과 미각의 교차점에서 맛을 다시 보다 1. 서론: 우리는 입이 아니라 눈으로 먼저 먹는다“먹는 건 눈으로 시작한다.”이 말은 단순한 미식가의 감상이 아니다. 실제로 인간은 음식을 접할 때, 가장 먼저 시각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인다. 음식의 색상은 그 음식의 신선도, 풍미, 맛의 강도, 온도에 대한 선입견을 형성하며, 이러한 정보는 뇌에서 미각 경험을 예측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딸기 아이스크림이 하얀색이라면 과연 똑같이 달고 시원하게 느껴질까? 노란색 레몬주스가 파란색이라면 정말 상큼할까? 색상이 실제 맛의 성분을 바꾸지는 않지만, 사람의 미각과 인지 작용에는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이 글에서는 음식의 색상이 어떻게 사람의 미각과 감각 경험에 영향을 주는지를 뇌과학과 심리학, 실험 연구 사례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또한 색과 맛.. 2025. 5. 14.
뇌는 맛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혀에서 시작해 뇌에서 완성되는 복합 감각의 작동 원리 1. [맛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다] – 미각은 뇌의 종합적 판단 결과우리가 흔히 "맛있다", "맛이 없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단순히 혀에서 감지되는 미각만으로 이루어지는 판단이 아니다. 사실 ‘맛’이라는 감각은 미각(taste), 후각(smell), 촉각(tactile sense), 심지어 시각과 청각까지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뇌에서 만들어지는 인지적 구성물이다. 인간의 혀에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의 다섯 가지 기본 미각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분포되어 있으며, 이 수용체들은 미각 신경을 통해 뇌간의 연수(medulla oblongata)로 정보를 보낸다. 그러나 이 정보는 아직 ‘맛’이 아니다. 이 감각 신호는 시상(thalamus)을 거쳐, 뇌의 주요 미각 중추인 섬엽(insular co.. 2025. 5. 9.
매운맛은 왜 맛이 아니라 감각인가?– 혀가 아닌 신경이 반응하는 매운맛의 과학 1. 매운맛은 ‘맛’이 아니다 – 우리가 헷갈리고 있던 감각의 실체우리는 일상에서 흔히 매운맛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매운맛은 ‘맛’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정의된 기본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다섯 가지이며, 이들은 모두 혀 위의 미각 수용체(taste receptor)를 통해 감지된다. 반면 매운맛은 미각 수용체가 아니라, 통증 수용체(nociceptor)를 통해 인식된다. 즉, 뇌는 매운맛을 맛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자극’ 혹은 ‘뜨거운 자극’으로 해석한다.우리가 매운 고추를 먹었을 때 입 안이 뜨겁고 얼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화학 물질이 통각 신경을 자극하면서 뇌가 이를 ‘통증’ 혹은 ‘위협적 감각’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매운맛은 단순히 ‘혀로.. 2025. 5. 3.
쓴맛을 혐오하는 유전적 이유 1. 사람은 왜 쓴맛을 본능적으로 싫어할까?우리는 다양한 맛에 반응하며 살아간다. 달콤한 디저트에 기분이 좋아지고, 짠 음식에는 식욕이 자극된다. 그런데 유독 쓴맛(bitter taste)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능적인 거부감을 드러낸다. 아기에게 설탕물을 주면 미소를 짓지만, 쓴맛이 나는 음식을 입에 대면 얼굴을 찡그리는 반응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이렇게 쓴맛을 싫어하도록 진화했을까?이 질문의 답은 단순히 기호나 문화가 아니라, 훨씬 더 깊은 곳에 있다. 바로 사람의 유전자(DNA)에 있다. 쓴맛에 대한 반응은 단순한 입맛이 아닌, 생물학적으로 ‘코딩된 반응’인 셈이다. 이 혐오 반응은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감각의 원초적 구조 중 하나이며, 그 뿌리는 수.. 2025. 4. 30.
단맛에 중독되는 이유 – 뇌, 감각, 본능이 만들어낸 끌림 1. 단맛은 단순한 맛이 아니다: 본능이 만들어낸 끌림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단맛과 마주한다. 아침 식사 대신 마신 커피에 넣은 시럽, 점심 후에 찾은 디저트, 피곤한 오후에 무의식적으로 집어 든 초콜릿까지. 일상에서 단맛은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감정의 기복을 조절하는 도구처럼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사람은 이토록 단맛에 쉽게 끌리는 걸까?사람이 단맛을 좋아하게 된 데에는 진화적 배경이 존재한다. 인류가 지금처럼 풍요로운 환경에 살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수십만 년 전만 해도 인간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사냥과 채집에 의존했으며, 특히 고열량 식품은 귀한 생존 자원이었다. 당시 단맛은 대부분 열량이 높은 과일, 꿀 등 자연의 에너지원을 식별하는 신호였다. 단맛을 좋아하는 성향은 결.. 2025.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