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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과학(Sensory Science)55

왜 어떤 냄새는 혐오를 유발할까?― 코로 느낀 감각이 뇌를 강하게 거부하게 만드는 이유 1. 후각은 본능적인 경고 감각이다인간의 오감 중에서도 후각은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감각이다. 코로 들어온 냄새는 공기 중의 미세한 화학 분자를 통해 전달되며, 후각 수용체를 자극하고 전기 신호로 전환되어 후각구(olfactory bulb)를 거쳐 곧장 뇌의 변연계(limbic system)로 전달된다. 흥미로운 점은 후각 신호가 다른 감각들처럼 시상을 거치지 않고, 곧장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편도체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이 구조는 냄새가 감정과 결합된 기억을 빠르고 강하게 형성한다는 특징을 가지게 만든다. 특히 부패한 음식, 화학적 오염, 체액, 썩은 고기 등에서 나는 고유한 냄새는 대부분 혐오 반응(disgust reaction)을 유발한다. 이는 뇌가 해당 자극을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 2025. 5. 26.
왜 주황색 조명이 편안하게 느껴질까?― 감각은 색의 온도에서 감정을 배운다 1. 따뜻한 색의 시각 자극은 뇌를 안정시킨다주황색은 시각적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대표적인 색이다. 특히 조명의 형태로 사용될 때, 이 색은 단지 시각적 장식 이상의 효과를 갖는다. 인간의 눈은 빛의 파장을 통해 색을 감지하는데, 주황색은 약 590~620nm의 중장파 영역에 속하는 따뜻한 색이다. 이 파장은 시신경을 통해 뇌의 시각 피질로 전달될 뿐 아니라, 시상하부와 뇌간의 생체 리듬 조절 회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황색 조명은 이 회로를 자극하면서 ‘하루가 저물어가는 시간대’에 해당하는 자연광과 유사한 자극을 제공한다. 뇌는 이러한 색을 감지하면 생체적으로 ‘이완의 시간’, ‘휴식의 상태’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특히 망막 속 멜라놉신이라는 광수.. 2025. 5. 25.
촉감과 정서 안정의 관계― 피부는 감정의 가장 바깥 신경이다 1. 촉감은 감정의 뿌리와 연결된다: 피부와 뇌의 직결 회로촉감은 인간의 오감 중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감각이다. 시각이나 청각처럼 외부의 정보를 해석하는 감각과 달리, 촉감은 피부라는 신체 표면에 바로 닿는 자극이기 때문에 신체-정서 반응과 밀접하게 연결된 감각이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가볍게 손을 얹거나, 따뜻한 담요를 덮었을 때 느끼는 안정감은 단지 물리적 온도 때문이 아니라, 뇌의 감정 중추가 촉각을 감정적 정보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촉감은 감각 신경에서 척수를 거쳐 바로 뇌의 시상, 체성감각피질, 그리고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전전두엽까지 연결되는 회로를 갖고 있다. 이 경로는 위로 전달되는 감각 정보가 정서 반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강도와 속도를 가지게 만들며, 특히 부드럽.. 2025. 5. 23.
단짠단짠 조합이 사랑받는 과학적 이유― 혀에서 끝나지 않는 감각의 시너지 1. 단맛과 짠맛은 서로를 강화한다: 감각의 상호작용단맛과 짠맛은 미각 수용체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감지되지만, 이 두 감각은 서로를 억제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는 독특한 관계를 형성한다. 단맛은 주로 설탕, 포도당, 과당 등의 당류를 통해 느껴지며, T1R2와 T1R3라는 수용체 조합을 통해 감지된다. 짠맛은 나트륨 이온(Na⁺)이 혀의 이온 채널을 자극할 때 발생하며, 이는 전기적 신호로 바뀌어 뇌에 전달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맛이 함께 등장할 때, 각각의 자극이 감각적 대조 효과(contrast effect)를 통해 더욱 강하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맛이 단독으로 있을 때보다, 약간의 짠맛이 함께 있을 때 더 깊고 진하게 느껴진다. 이는 미각 시스템이 단일 자극보다 복합 자극을 .. 2025. 5. 22.
유아는 어떻게 소리를 배워가는가?― 듣는다는 것에서 말하는 것까지, 감각은 어떻게 자라나는가? 1. 소리 감지는 출생 직후부터 시작된다: 청각의 초기 활성화유아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태내 시기인 약 25주부터 청각이 작동하기 시작하며, 이미 자궁 안에서 어머니의 심장 소리, 장운동, 외부의 강한 소리 등을 듣고 기억하는 능력을 갖춘다. 출생 직후 유아는 주위의 소리에 즉각 반응하며,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사람의 목소리, 특히 어머니의 음성이다. 이는 단순한 청각 반사가 아니라, 이미 뇌의 청각 피질과 감정 처리 영역이 소리를 의미 있는 자극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증거다. 신생아는 높낮이, 음량, 리듬, 강세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정한 리듬의 말소리에 안정감을 느끼고, 높은음의 소리를 더 선호한다. 이 시기의 소리 자극은 단지 ‘듣는 훈련’이 아니.. 2025. 5. 21.
뇌는 냄새를 어떻게 저장할까?― 향기는 왜 우리 기억 속에서 그렇게 오래 남는가? 1. 후각은 감각의 가장 오래된 경로다: 직접적이고 본능적인 회로냄새는 인간의 오감 중 가장 오래된 감각 체계이며, 생물학적으로도 가장 원시적인 감각 경로에 속한다. 우리가 어떤 냄새를 맡을 때, 그것은 코안 쪽의 후각 상피에 있는 수많은 수용체들이 반응하면서 시작된다. 이 후각 수용체들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수천 가지 휘발성 화학 분자를 감지하며, 각각의 수용체는 특정한 분자 구조에 반응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후각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다른 감각—예를 들어 시각이나 청각은 시상이라는 중계 지점을 거쳐 대뇌 피질로 전달되지만, 후각 정보는 시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대뇌변연계로 연결된다. 즉, 냄새는 우리가 느끼는 감각 중 유일하게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즉각적으로 도달하.. 2025.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