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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과학(Sensory Science)75

사람마다 맛 취향이 다른 이유― 감각과 기억, 그리고 유전이 만든 맛의 지도 1. 유전자와 감각 수용체의 차이가 맛의 차이를 만든다맛의 취향 차이는 먼저 신체적 감각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사람마다 혀에 분포된 미각 수용체의 밀도나 민감도, 특정 맛 분자에 대한 유전적 반응 차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쓴맛에 대한 민감도다. 일부 사람들은 특정 쓴맛 분자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거의 감지하지 못한다. 이는 TAS2R38이라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 유전자가 특정한 방식으로 변이 되어 있는 사람은 브로콜리, 자몽, 커피 같은 음식이 유독 쓰게 느껴져서 싫어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쓴맛 수용체가 덜 민감한 사람은 쓴맛 속의 감칠맛이나 풍미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또 단맛에 민감한 유전자 조합이 있는 사람은 설탕의 농도에 따라 훨씬 더 강하.. 2025. 5. 29.
인간은 왜 자기 목소리를 어색하게 느낄까?― 귀와 뇌, 그리고 자아 인식의 어긋남 1. 자기 목소리는 ‘다르게’ 들리도록 설계되어 있다골전도는 뼈를 통해 전달되는 진동이며, 우리가 스스로 말할 때 성대에서 발생한 소리가 턱뼈, 두개골, 이마 부위로 퍼지면서 귀 내부로 직접 도달하게 된다. 이 진동은 주로 저주파 대역을 강화하며, 귀의 고막을 거치지 않고 바로 달팽이관을 자극하기 때문에 좀 더 낮고 두텁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식된다. 반면 녹음된 목소리는 오직 공기를 통해서만 전달된 소리이기 때문에, 평소 우리가 듣던 목소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고 낯선 톤으로 재생된다. 그래서 우리가 평소 느끼는 자기 목소리와 녹음된 음성은 물리적으로도, 감각적으로도 다른 정보로 받아들여진다. 더 나아가, 이러한 차이는 단지 청각의 문제를 넘어 자기 정체성과 감각의 일관성에 혼란을 주는 요소가 된다. .. 2025. 5. 28.
왜 어떤 냄새는 혐오를 유발할까?― 코로 느낀 감각이 뇌를 강하게 거부하게 만드는 이유 1. 후각은 본능적인 경고 감각이다인간의 오감 중에서도 후각은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감각이다. 코로 들어온 냄새는 공기 중의 미세한 화학 분자를 통해 전달되며, 후각 수용체를 자극하고 전기 신호로 전환되어 후각구(olfactory bulb)를 거쳐 곧장 뇌의 변연계(limbic system)로 전달된다. 흥미로운 점은 후각 신호가 다른 감각들처럼 시상을 거치지 않고, 곧장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편도체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이 구조는 냄새가 감정과 결합된 기억을 빠르고 강하게 형성한다는 특징을 가지게 만든다. 특히 부패한 음식, 화학적 오염, 체액, 썩은 고기 등에서 나는 고유한 냄새는 대부분 혐오 반응(disgust reaction)을 유발한다. 이는 뇌가 해당 자극을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 2025. 5. 26.
왜 주황색 조명이 편안하게 느껴질까?― 감각은 색의 온도에서 감정을 배운다 1. 따뜻한 색의 시각 자극은 뇌를 안정시킨다주황색은 시각적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대표적인 색이다. 특히 조명의 형태로 사용될 때, 이 색은 단지 시각적 장식 이상의 효과를 갖는다. 인간의 눈은 빛의 파장을 통해 색을 감지하는데, 주황색은 약 590~620nm의 중장파 영역에 속하는 따뜻한 색이다. 이 파장은 시신경을 통해 뇌의 시각 피질로 전달될 뿐 아니라, 시상하부와 뇌간의 생체 리듬 조절 회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황색 조명은 이 회로를 자극하면서 ‘하루가 저물어가는 시간대’에 해당하는 자연광과 유사한 자극을 제공한다. 뇌는 이러한 색을 감지하면 생체적으로 ‘이완의 시간’, ‘휴식의 상태’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특히 망막 속 멜라놉신이라는 광수.. 2025. 5. 25.
촉감과 정서 안정의 관계― 피부는 감정의 가장 바깥 신경이다 1. 촉감은 감정의 뿌리와 연결된다: 피부와 뇌의 직결 회로촉감은 인간의 오감 중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감각이다. 시각이나 청각처럼 외부의 정보를 해석하는 감각과 달리, 촉감은 피부라는 신체 표면에 바로 닿는 자극이기 때문에 신체-정서 반응과 밀접하게 연결된 감각이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가볍게 손을 얹거나, 따뜻한 담요를 덮었을 때 느끼는 안정감은 단지 물리적 온도 때문이 아니라, 뇌의 감정 중추가 촉각을 감정적 정보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촉감은 감각 신경에서 척수를 거쳐 바로 뇌의 시상, 체성감각피질, 그리고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전전두엽까지 연결되는 회로를 갖고 있다. 이 경로는 위로 전달되는 감각 정보가 정서 반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강도와 속도를 가지게 만들며, 특히 부드럽.. 2025. 5. 23.
단짠단짠 조합이 사랑받는 과학적 이유― 혀에서 끝나지 않는 감각의 시너지 1. 단맛과 짠맛은 서로를 강화한다: 감각의 상호작용단맛과 짠맛은 미각 수용체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감지되지만, 이 두 감각은 서로를 억제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는 독특한 관계를 형성한다. 단맛은 주로 설탕, 포도당, 과당 등의 당류를 통해 느껴지며, T1R2와 T1R3라는 수용체 조합을 통해 감지된다. 짠맛은 나트륨 이온(Na⁺)이 혀의 이온 채널을 자극할 때 발생하며, 이는 전기적 신호로 바뀌어 뇌에 전달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맛이 함께 등장할 때, 각각의 자극이 감각적 대조 효과(contrast effect)를 통해 더욱 강하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맛이 단독으로 있을 때보다, 약간의 짠맛이 함께 있을 때 더 깊고 진하게 느껴진다. 이는 미각 시스템이 단일 자극보다 복합 자극을 .. 2025.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