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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맛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혀에서 시작해 뇌에서 완성되는 복합 감각의 작동 원리 1. [맛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다] – 미각은 뇌의 종합적 판단 결과우리가 흔히 "맛있다", "맛이 없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단순히 혀에서 감지되는 미각만으로 이루어지는 판단이 아니다. 사실 ‘맛’이라는 감각은 미각(taste), 후각(smell), 촉각(tactile sense), 심지어 시각과 청각까지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뇌에서 만들어지는 인지적 구성물이다. 인간의 혀에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의 다섯 가지 기본 미각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분포되어 있으며, 이 수용체들은 미각 신경을 통해 뇌간의 연수(medulla oblongata)로 정보를 보낸다. 그러나 이 정보는 아직 ‘맛’이 아니다. 이 감각 신호는 시상(thalamus)을 거쳐, 뇌의 주요 미각 중추인 섬엽(insular co.. 2025. 5. 9.
음높이는 감정을 어떻게 바꾸는가? 1. [감정과 음높이의 신경학적 연결] – 뇌는 소리를 어떻게 감정으로 해석할까?사람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존재가 아니다. 소리를 듣는 즉시, 뇌는 해당 소리를 ‘정보’이자 ‘감정 신호’로 해석하고 반응한다. 특히 음높이, 즉 피치(pitch)는 감정 반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음높이는 소리의 주파수에 따라 결정되며, 높은 주파수일수록 높은음으로, 낮은 주파수일수록 낮은음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이 물리적인 특성이 감정에 왜 그렇게 큰 영향을 줄까? 인간의 뇌는 청각 정보를 처리하는 청각 피질을 포함해, 편도체, 해마, 전전두엽 등 감정과 관련된 영역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중 편도체는 특히 공포, 경계, 불안과 같은 감정 반응을 빠르게 유도하는 기능을 하는데, 높은 음높이는 이 편도체를 더 자극.. 2025. 5. 8.
음식의 냄새와 실제 맛은 어떤 관계일까? 서론 – 맛은 입에서만 느껴지는 게 아니다사람들이 흔히 '맛'이라고 표현하는 감각은 단순히 혀에서 느껴지는 단맛이나 짠맛, 신맛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우리가 음식을 씹고 삼키는 동안 느끼는 대부분의 풍미는 입이 아닌 코를 통해 얻어진다. 감기에 걸려 코가 막혔을 때 음식을 먹으면 평소와는 다르게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는 맛을 형성하는 데 있어 후각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글에서는 음식의 냄새와 실제 맛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어떤 감각 시스템과 뇌 구조가 이를 담당하는지, 그리고 문화와 인지 차원에서 이 관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다각도로 분석해 본다.1. 맛의 구조: 혀와 코의 협업사람의 혀에는 오직 다섯 가지.. 2025. 5. 7.
낮과 밤의 색 인식 차이– 눈이 보는 색, 뇌가 이해하는 색은 왜 다를까? 1. 색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되는 것이다사람은 눈을 통해 색을 인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색은 빛의 반사이자 해석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색은 물체 자체가 색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빛이 물체에 부딪힌 뒤 반사되어 들어오는 파장의 차이를 뇌가 해석한 결과다.빛은 다양한 파장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파장은 특정한 색으로 인식된다. 예를 들어, 480nm 정도의 파장은 파란색으로, 650nm 정도는 빨간색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색 자체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변의 빛 환경, 시각 자극의 대비, 시간대, 그리고 뇌의 조절 방식에 따라 ‘같은 색도 다르게 인식’된다. 낮과 밤은 단순히 시간의 차이만이 아니다. 이 두 시간대는 우리가 보는 색깔의 세계를 전.. 2025. 5. 5.
‘포근한 느낌’은 실제 물리적일까?– 감정의 언어인가, 신체가 인식한 감각인가? 1. 포근함은 감정일까, 감각일까?우리는 종종 '포근하다'는 말을 사용한다. 비 오는 날 이불을 덮고 누웠을 때, 따뜻한 햇살 아래 앉아 있을 때, 혹은 좋아하는 사람의 품에 안겼을 때 우리는 ‘포근하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포근함’이라는 표현이 단지 따뜻하다는 온도나 부드럽다는 촉감만을 가리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포근하다는 느낌은 종종 정서적으로도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이 감정은 단순히 피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피부를 넘어 뇌와 마음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종합 감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포근하다는 느낌은 실제 물리적 자극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아니면 심리적 반응으로만 구성되는 것일까? 이 질문은 단지 언어의 차원이 아니라, 감각과 감정의 연.. 2025. 5. 4.
매운맛은 왜 맛이 아니라 감각인가?– 혀가 아닌 신경이 반응하는 매운맛의 과학 1. 매운맛은 ‘맛’이 아니다 – 우리가 헷갈리고 있던 감각의 실체우리는 일상에서 흔히 매운맛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매운맛은 ‘맛’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정의된 기본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다섯 가지이며, 이들은 모두 혀 위의 미각 수용체(taste receptor)를 통해 감지된다. 반면 매운맛은 미각 수용체가 아니라, 통증 수용체(nociceptor)를 통해 인식된다. 즉, 뇌는 매운맛을 맛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자극’ 혹은 ‘뜨거운 자극’으로 해석한다.우리가 매운 고추를 먹었을 때 입 안이 뜨겁고 얼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화학 물질이 통각 신경을 자극하면서 뇌가 이를 ‘통증’ 혹은 ‘위협적 감각’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매운맛은 단순히 ‘혀로.. 2025.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