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과학(Sensory Science)75 ‘포근한 느낌’은 실제 물리적일까?– 감정의 언어인가, 신체가 인식한 감각인가? 1. 포근함은 감정일까, 감각일까?우리는 종종 '포근하다'는 말을 사용한다. 비 오는 날 이불을 덮고 누웠을 때, 따뜻한 햇살 아래 앉아 있을 때, 혹은 좋아하는 사람의 품에 안겼을 때 우리는 ‘포근하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포근함’이라는 표현이 단지 따뜻하다는 온도나 부드럽다는 촉감만을 가리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포근하다는 느낌은 종종 정서적으로도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이 감정은 단순히 피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피부를 넘어 뇌와 마음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종합 감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포근하다는 느낌은 실제 물리적 자극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아니면 심리적 반응으로만 구성되는 것일까? 이 질문은 단지 언어의 차원이 아니라, 감각과 감정의 연.. 2025. 5. 4. 매운맛은 왜 맛이 아니라 감각인가?– 혀가 아닌 신경이 반응하는 매운맛의 과학 1. 매운맛은 ‘맛’이 아니다 – 우리가 헷갈리고 있던 감각의 실체우리는 일상에서 흔히 매운맛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매운맛은 ‘맛’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정의된 기본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다섯 가지이며, 이들은 모두 혀 위의 미각 수용체(taste receptor)를 통해 감지된다. 반면 매운맛은 미각 수용체가 아니라, 통증 수용체(nociceptor)를 통해 인식된다. 즉, 뇌는 매운맛을 맛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자극’ 혹은 ‘뜨거운 자극’으로 해석한다.우리가 매운 고추를 먹었을 때 입 안이 뜨겁고 얼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화학 물질이 통각 신경을 자극하면서 뇌가 이를 ‘통증’ 혹은 ‘위협적 감각’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매운맛은 단순히 ‘혀로.. 2025. 5. 3. 뇌는 왜 특정 멜로디를 반복 재생할까? 1. 아무 이유 없이 멜로디가 맴도는 경험, 왜 자꾸 재생될까?가끔은 어떤 노래의 한 부분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될 때가 있다. 심지어 그 노래를 듣지 않은 지 오래됐는데도, 특정한 순간에 문득 떠오르고는 한다. 이처럼 특정 멜로디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반복적으로 뇌 안에서 재생되는 현상을 우리는 흔히 경험한다.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단순히 '귀에 감긴 노래' 정도로 여기지만, 사실 이 현상은 뇌가 정보와 감정을 다루는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현상은 심리학적으로는 귀벌레(Earworm)라고 불리며, 학술적으로는 불수의적 음악 이미지(Involuntary Musical Imagery, INMI)’라는 이름으로 연구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는 전 세계적으로 약 90% 이상의 사람이 경험한 바 있는.. 2025. 5. 2. 향수는 뇌에 어떤 신호를 줄까? 1. 왜 어떤 향기는 감정을 바꾸고, 기억을 되살리는가?향수를 맡을 때 느껴지는 감각은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누군가 지나가면서 남긴 향기에 문득 옛 연인이 떠오르거나, 어릴 적 가족의 품이 순간적으로 마음속에 되살아나는 경험은 단지 감상적인 현상이 아니다.향수는 시각이나 청각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뇌에 접근하는 감각 자극이다. 눈이나 귀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뇌에서 여러 인지적 필터를 거친다. 반면, 후각은 감각 중 유일하게 ‘직통 경로’를 가진다. 즉, 후각 정보는 시상(thalamus) 같은 중계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대뇌변연계(limbic system)로 전달된다. 이 구조 덕분에 향기는 곧장 편도체(amygdala)와 해마(hippocampus)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감.. 2025. 5. 1. 빨간색은 왜 식욕을 자극할까? 1. 색이 감정을 건드릴 때: 빨간색은 특별하다빨간색은 단지 시각적으로 강렬한 색이 아니다. 그것은 신호이며, 상징이며, 감각과 감정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자극적인 색채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에서 빨간색을 보면 자동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감정이 살짝 고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음식점 간판, 패스트푸드 로고,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사진 속에는 유독 빨간색이 자주 등장한다.이것은 단순한 디자인의 우연이 아니다. 빨간색이 시각적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현상은 다양한 생리적·심리적 기전과 연결되어 있다.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먹고 싶다", "배고프다"는 감정은 단지 음식의 향기나 맛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색깔이라는 시각 정보도 뇌에 강력한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특히 빨간색은 인간의 진화 과정과도 연.. 2025. 5. 1. 온도는 감정에 어떤 영향을 줄까? 1. 왜 ‘따뜻한 사람’이라는 말이 존재할까?일상 언어 속에는 감정과 온도를 연결하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우리는 마음씨 좋은 사람을 두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차가운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또한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고 하고, 냉랭한 분위기 속에 위축되기도 한다.이러한 언어적 표현은 단순한 은유일까, 아니면 감정과 온도 사이에 실제 연결 고리가 존재할까?흥미롭게도, 심리학과 감각 과학 분야의 연구들은 이 질문에 대해 ‘감각과 감정은 실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결론을 보여준다. 사람은 온도를 단순히 물리적인 자극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정서적 해석과 연결된 방식으로 체험한다. 다시 말해, 사람의 감정 상태는 주변의 온도에 영향을 받고, 반대로 감정이.. 2025. 4. 30. 이전 1 ··· 8 9 10 11 12 13 다음